6. 예외적으로 큰 달을 위성으로 거느리고 있는 지구

달의 존재와 크기는 지구와 지구상의 생명체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항상 밤하늘에서 보아왔던 달의 존재가 우리의 생존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달이 지구상에 미치는 중요한 영향은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지구 자전축의 안정화 이고 다른 하나는 조석력을 발생시켜 해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먼저 달에 의한 지구 자전축의 안정화에 대해 알아 보자. 우리가 앞서 살펴 보았듯이 지구의 자전축은 23.5도로 기울어져 있어 지구상의 생태계가 쾌적히 살수 있는 계절의 변화를 가져다 준다. 그런데 지구의 자전축이 이렇게 23.5도로 일정하게 유지 될수 있는 이유는 지구 가까이에 있는 달의 존재로 말미암아서 이다. 만일 지구 가까이에서 지구 자전축을 안정시키는 달이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달이 없을 경우 지구에 가장 큰 중력을 미치는 것은 태양과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이다. 따라서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 태양과 목성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지구가 받는 중력이 달라진다. 이렇게 중력이 달라지면 지구는 그에 대응하여 자전축이 흔들리게 되는데 자전축의 방향이 바뀌면 앞에서 언급 하였듯이 심각한 기후 변화와 그에 따른 기상 재해가 발생한다. 인류가 생존하는 동안 단 한번 만이라도 지축이 변화되어 바로 서거나 또는 90도로 기울어 진다면 지구 생태계의 많은 부분이 붕괴될 것이며 인류의 생존 역시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것이다.

태양계 내의 지구형 행성 (Terrestrial planet)에서 우리 지구처럼 크다란 달 (반지름=1,740km)을 가진 행성은 예외적인데 같은 지구형 행성인 수성이나 금성에서는 아예 달이 없고 화성에는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포보스와 데이모스의 이름을 딴 2개의 달이 있지만 반지름이 달의 0.6%인 약 10km 정도로 아주 적다. 실제로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자매 행성인 화성에서는 큰 달이 없음으로 해서 격는 자전축의 변화를 관찰 할 수 있는데 그림 1.8이 지난 600백만년 동안 격은 자전축의 변화와 (그림 1.8 상단) 이심률의 변화를 (그림 1.8 하단) 보여주고 있다. 그림을 보면 화성의 자전축과 이심률은 약 15만년 주기로 크게 진동하며 과거 6백만년 동안 자전축은 15도에서 45도까지, 이심률은 0.01에서 0.11까지 변하였음을 알수있다. 만일 우리 지구에 이런 자전축과 이심률의 변화가 있었다면 격심한 기상이변으로 인해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림 1.8 - 큰 달이 없으므로 해서 격은 화성의 자전축과 (위쪽) 이심율 (아래쪽)의 변화. x축의 단위는 백만년이며 y축은 각각의 변화량이다. 약 15만년 주기로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달의 조석현상이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그림 1.9에 나타난 것 처럼 달의 조석 현상은 밀물과 썰물을 발생시키며 이에 따른 해류의 움직임을 발생해 갯펄에서 생활하는 어패류에게 풍부한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한다. 또한 밀물과 썰물에 의한 해류의 움직임은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 구조의 가장 기본인 플랑크톤에 풍부한 산소를 공급해주고 영양분이 풍부한 하층의 영양염을 상층으로 퍼올리는 용승류를 발생시켜서 플랑크톤에게 영양을 제공하며 유영력이 없거나 미약한 플랑크톤을 여러 곳으로 퍼트려 많은 물고기들의 먹이로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림 1.9 - 달에 의한 조석 현상. 달이 태양과 직각 방향에 있을때는 소조 (Neap tide), 같은 방향에 있을때는 대조 (Spring tide)가 일어난다.

밀물과 썰물의 또 다른 중요한 역활은 강에서 흘러온 영양분이 많은 민물을 바닷물과 섞는 역활을 한다. 달에 의한 조석 간만의 차이가 없을 경우 염분 농도가 높은 무거운 바닷물은 아래로 가라앉고 강에서 유입되는 영양분이 풍부한 가벼운 물은 상층에 떠있는 성층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성층화가 일어나면 상층에 집중된 영양분을 먹이로 하는 적조 플랑크톤이 대량 번식하여 그림 1.10에 나타난 것 처럼 적조가 발생한다. 또한 그 맹독성 적조를 먹은 어패류는 폐사되며 대량으로 번식된 플랑크톤의 잔재들이 바다 밑바닥에 쌓이게 되면 세균들이 이들을 분해시키면서 대부분의 산소를 고갈 시키게 된다. 대량 번식된 플랑크톤들은 물고기의 아가미에 붙어서 물고기를 질식시키기도 하며 편모조류 플랑크톤인 코콜리디니움은 독을 내뿜어 물고기를 죽이기도 한다.

또한 조석 현상이 없으면 그나마 조금 남아 있는 산소를 포함하고 있는 상층부의 물이 아래층으로 전달되지 않아 그곳에 살고 있는 어류들의 대량 사멸을 불러 오는데 이럴 경우 육지 근처에서 살고 있는 작은 물고기를 먹이로 하는 큰 물고기들도 먹이가 없어져 궁극적으로 해양 생태계의 대 붕괴를 가져 올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철 장마로 많은 비가 내려 강물이 바다로 유입되면 그 후 적조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이 성층화 현상 때문인데 조석 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이나 물살이 빠른 동해안에서는 강물과 바닷물이 잘 섞여 그나마 적조 현상이 적게 생기는 반면 섬들이 많아 물의 흐름이 대체적으로 느린 남해안에서 적조 현상이 많이 일어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 이다.

그림 1.10 - 적조현상에 의해 붉게 변한 바다

이렇듯 달에 의한 조석현상은 바닷물에서는 하층의 영양염을 상층으로 퍼올려 플랑크톤에 먹이를 공급하고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는 두 물이 잘 섞이게 하여 플랑크톤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하여 적조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달이 존재하지 않아 이런 조석현상이 생기지 않았다면 해양 생태계의 많은 부분이 붕괴 되었을 것이며 우리가 식탁에서 대하는 해산물과 관련된 많은 요리들 예를 들면 생선회, 매운탕, 해물 전골, 오뎅, 생선 구이 등도 이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달과 생선 매운탕은 전혀 관련이 없는 단어지만 달이 없다면 생선 매운탕을 먹지 못한다는게 너무 아이러니컬 하게 들리지 않는가?

그런데 만일 지구가 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달보다 크기가 적다면 지축 안정화 작용이 효율적이지 않을 것이고 꺼꾸로 지금보다 크다면 달과 지구 사이의 중력이 커져서 달이 지구 중력에 끌려와 지구와 충돌하였거나 아니면 그만큼 커진 달의 큰 중력으로 인해 조석력도 함께 커져 해안가의 많은 도시들이 밀물 때 물에 잠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크기의 달이 있다 하더라도 현재 있는 달의 위치보다 더 가까이 위치하거나 아니면 더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위와 같은 현상을 격게될 것이다.

지구가 적당히 큰 달을 적당한 거리에 가지고 있어서 지구 자전축이 안정되고 또한 지구상의 해양 생태계가 잘 유지 될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지구가 생존대에 위치해 있었다 하더라도 이런 달을 옆에 거느리고 있지 않았더라면 지구상의 생명체들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왔을 것이다.